2016년 11월 2일 수요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네가 그리워졌다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아니, 아마 날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네가 그리워졌다.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고 쨍했다. 올 겨울 오리라 알려진 기록적 한파의 예고편 쯤 된다고 했던 예보는 아주 정확하진 않았다. 아침산책길은 걱정한 만큼, 혹은 기대한 만큼 춥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꽤나 추운 날씨이긴 했고, 어느 세탁소 앞을 지날 때엔 너의 향기가 불쑥 코를 찔렀다. 날씨와 그 향기가 만나자, 요사이 어렴풋이 맴돌던 네가 순간 선명해졌다.

 너는 스웨터를 입은 몸을 꼭 끌어안으면 맡을 수 있는 섬유유연제 향기였다. 티셔츠나 수건을 세탁할 때에도 넣었을 섬유유연제이지만, 유난히 스웨터에서 더 맡을 수 있는 그 향기였다. 그리고 바로 너를 안은 그 때의 촉감이었다. 내 품에 안긴 몸은 이상하게도 생생하며 동시에 흐릿했다. 폭신하지만 단단했다. 그 단단함을 좀 더 떠올려보려고 하면 너는 모래알처럼 손아귀에서 흘러나갔다.

 또 너는 난로의 온기에 발갛게 상기된 볼이었다. 열이 올라 따뜻해 보이지만 손을 대면 실은 차가운, 그러면서도 보드라운 볼이었다. 그 볼에선 추운 날씨에 힘을 준 솜털과 네 숨결이 느껴졌다. 너는 차가운 손을 꼭 쥐었을 때 내 손에 가득한 바로 그 느낌이었다.


 긴 소매 끝에 살짝 나온 손 끝으로 터틀넥 스웨터의 목을 끌어올려 입술까지 덮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무척이나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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