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Kpop Star Season4/ 홍찬미/ 유희열

 우리는 뭔가를 평가하기에 앞서, 설정된 기준들에 대입해 보곤 하는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기승전결이 확실한가, 발성이 좋은가 어떤가 하는 식으로. 그러나 그것은 평가의 근거가 되어야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좋지 않은데, 왜 좋지 않은가 보니 기승전결이 좀 부족한 것 같다 하는 식이어야지, 발성이 닫혀있으니 이건 좋지 않은 노래라는 식이면 안 된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별로 특별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그들의 혹평이 꼭 그런 사고방식에서 비롯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내겐 나름의 경각심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안 좋은 이유를 찾기 전에 좋은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자세를 다듬어야겠다.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악의 없는 말이었을텐데, 쫌생이마냥 자꾸 생각이 난다.
이럴땐 대나무숲에 소리질러야지.
듣기 좋은 노래는 니들 많이 불러라. 내는 내맘대로 할란다.

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첫눈

 첫눈을 맞았다. 손이 시렵다.

 신문을 돌리며 생각했다.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이라고. 하지만 오지 않겠지, 하고.

 집에 오다 신호등에 걸렸는데, 내일은 휴일이라는 마음 때문인지 그대로 집에 오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짧게나마 드라이브라도 하자, 하는 마음으로 차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어느 지하도로 들어서며 이길로 가면 너무 멀리 가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입했다. 그러고 나서야 아차, 나는 드라이브를 하는 중이었지, 하고 생각했다.

 그대로 옆으로 빠지는 길이 나올 때 까지 달리는데, 헤드라이트에 뭔가 알알이 떨어지는 것이 비친다. 눈이다. 결국 눈이 오는구나 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해 눈길운전을 처음 하면서, 미끄러져 (뽑은지 한 달 밖에 안 되었다던)앞차 뒤꽁무니에 추돌했던 이후로 난생 처음 눈이 무서워졌지만 아직 올 겨울엔 미끄러지지 않았으니까. 아마 눈길운전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눈이 싫어질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머잖아 옆길로 빠지기도 전에 눈발은 사라졌다. 잠시 오고 말았거나, 눈이 오는 좁은 지역을 내가 벗어난 것이겠지. 아쉬웠지만 다시 집으로 향했다. 처음 신호에 걸려 우회전을 해서 나갔는데, 길의 왼쪽에서 다시 들어와 조금 놀라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차를 대고 나니 다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산책을 하기로 하고, 커피라도 한잔 하며 걷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신문을 돌리고 돌아오면 거의 항상 있는 미술전공의 키큰 남자 알바생이 오늘도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사려고 했지만 조지아나 레쓰비같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커피 뿐이었다. 별 수 없이 찬 커피를 사고, 호빵이 눈에 띄어 호빵도 샀다. 올 겨울 첫 호빵이다. 지금은 침대에 엎드려 올겨울 첫 호빵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장갑을 챙겨 가지 않은 탓에 손이 시렵다. 한 손에는 찬 커피를,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있자니 양손 모두 무방비상태라 올들어 가장 손이 시려웠다. 큰 길에 다 가기도 전에, 얼굴에 찬 알갱이가 떨어진다. 다시 눈이다. 이번엔 꽤 많이 온다. 늘 걷던 길 반대쪽으로 걸어보려 했지만 그냥 그대로 동사무소 앞 벤치에 가서 앉았다. 바로 앞에 가로등이 있어 눈 구경을 잘 할 수 있다. 눈은 마구잡이로 쏟아질 때 운전중인 차 안에서 보는게 가장 공포스럽고, 언제든 가로등 아래서 올려다볼 때 가장 예쁘다. 차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눈을 보는것도 좋다. 내가 운전하고 있지만 않다면.

 첫눈이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며칠 전 어느 여자애가 이미 첫눈을 선포했던 것이 생각났다. 사실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이라고 생각할때부터 이미 그 여자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기 직전 밖에 나갔을 때에도 나는 눈 냄새도 맡지 못했건만, 그 애는 퍽 신난 표정으로 밖에 눈 와요, 첫눈이에요, 그랬다. 덩달아 기분이 좋았지만 너무 티를 낼 수도, 또 너무 숨길 수도 없었다. 삼십여분 뒤 내가 나갔을 때에도 눈이 오고 있길 바랐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몇몇에게 물었으나 눈을 목격한 이는 없었으니, 정말 잠시 흩날리고 말았을 뿐이리라.

 첫눈이란 단어는 참 명료하지만, 실상 기준은 꽤나 모호하다. 그 겨울에 처음으로 직접 맞거나 본 눈일지, 혹은 내가 보지 못했어도 누군가의 증언에 따라 나는 맞지 못한 첫눈이 지나가던지. 기준이 엄격한 사람은 만족하지 못할만큼 흩날리는 눈은 첫눈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나의 올해 첫눈은 어느 눈으로 할까. 어차피 내가 의미를 담은 첫눈이 나의 첫눈이 아니겠는가. 나는 기꺼이 그 애의 첫눈을 나의 첫눈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눈을 맞고 들어왔다. 손은 아직 시렵다.

2014년 11월 8일 토요일

11. 8.

신문배달이 내게 가장 적당한 시간대의 알바라 생각했던건 큰 오산이었다. 내 취침시간은 극도로 늦춰지고 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아.

2014년 11월 1일 토요일

11. 1.

(자주 하는 표현으로)모두에게 그렇지만, 특히 예술가, 그 중에서도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름에 인색해서도, 틀림에 관대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